[스마트팜 시대의 농업 혁신]

작물별 수분 흡수 곡선과 정밀 관수 제어법 – 물은 얼마나, 언제, 어떻게 주는가

ever-blog 2025. 4. 23. 10:42

스마트팜 자동화 시스템에서 관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오해가 많은 분야 중 하나다.

 

많은 운영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물을 준다"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설정해 두지만, 실제로는 작물의 생장 단계, 광합성 리듬, 온도, 습도, 증산량, 뿌리 흡수 능력에 따라 수분 요구량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즉, 같은 상추라도 아침 8시에 필요로 하는 수분과, 오후 2시에 흡수 가능한 수분은 다르다.

 

또한 작물의 어린 시기에는 뿌리 발달이 미미해 물을 흡수하지 못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 뿌리 활성이 높아지며 수분 요구량도 증가한다.

 

이 글에서는 작물별 수분 흡수 곡선, 시간대별 증산 리듬, 토양 및 수경의 수분 유지 특성, 센서 기반 관수 판단 로직, 정밀 관수 알고리즘 설계법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물은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흡수 가능한 시간에 정확히 흡수될 수 있도록 주는 것이 핵심이다.

 

관수 자동화의 정밀도는 물의 양이 아니라, 물의 ‘맥락’을 얼마나 이해했느냐로 결정된다.

 

목차

 

Ⅰ. 작물의 수분 흡수 곡선 – 수분 요구량은 생장과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작물은 생장 단계별로 수분 흡수 능력이 다르다.
초기(정식기)에는 뿌리 발달이 미약하여 흡수가 적고, 증산도 낮다.
중기(활성 생장기)에는 뿌리가 활발하게 성장하며 수분 요구량이 급증한다.
후기(수확기)에는 수분 필요량은 유지되지만 흡수 속도는 다소 완만해진다.

시간대별로도 흡수 곡선은 달라진다.

  • 오전 7~9시: 기공이 열리기 시작, 증산 개시
  • 오전 10~12시: 광합성과 증산이 가장 활발
  • 오후 1~3시: 수분 공급은 많지만 흡수율은 하락
  • 오후 4~6시: 온도 저하, 기공 폐쇄, 수분 요구량 감소

즉, 아침 시간대에 집중 관수, 오후에는 유지 관수 또는 중지, 야간에는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패턴이 이상적이다.

 

Ⅱ. 물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 수분 요구 판단을 위한 기준

관수 판단은 단순히 타이머 기반이 아니라 수분 요구 상태에 대한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표적인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기온과 습도: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을수록 증산량이 증가하며, 수분 보충 필요성이 커진다.
  2. 조도 및 일사량:
    햇빛이 강하면 광합성과 증산이 동시에 증가. 관수 타이밍을 오전으로 앞당겨야 한다.
  3. 작물 생장 단계:
    정식기에는 관수량을 적게, 생장기에는 증가, 수확기에는 과다 관수 주의.
  4. 루트존 수분 센서 값:
    토양 및 수경 재배의 경우, 루트존 수분량을 기준으로 최소·최대 한계 설정 가능.
  5. 증산량 예측:
    전일 기상 정보 기반으로 당일 증산 패턴 예측 후 관수량 보정.

자동화 시스템이 이 기준을 반영하지 못하면, 생장률은 불안정하고 병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Ⅲ. 관수 타이밍 – ‘언제 줄 것인가’가 생장을 좌우한다

많은 스마트팜이 하루 3회, 오전 9시·12시·15시에 관수하도록 설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습관적 자동화’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작물이 수분을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시점에 맞춰서 공급해야 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알고리즘 설계를 필요로 한다.

  1. 조도 200lx 이상 + 내부 온도 22도 이상 → 관수 개시 후보 조건
  2. 루트존 수분값이 기준 이하일 때 → 관수 활성화
  3. 기상청 예보로 당일 고온 예측 시 → 조기 관수 1회 추가
  4. 야간 기온 18도 이하 + 습도 90% 이상 시 → 야간 관수 전면 중지

이렇게 환경 조건 + 작물 상태 + 시간대가 결합된 알고리즘이 진정한 ‘스마트 관수’다.

 

Ⅳ. 정밀 관수량 설정 –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양을 주어야 한다

작물의 뿌리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수분을 흡수할 수 없다. 따라서 한 번에 500ml씩 하루 두 번 주는 방식은 대부분 비효율적이다.

 

실제로는 단위 시간당 흡수 가능한 수분량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1회당 관수량과 관수 횟수를 정하는 방식이 적합하다.

 

예시: 상추 기준

  • 하루 수분 요구량: 1000ml
  • 1회 흡수량 적정치: 250~300ml
  • 권장 관수 횟수: 하루 3~4회
  • 최소 간격: 2시간 이상
  • 루트존 수분 잔류 확인: 관수 후 1시간 뒤 센서 값 비교

수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관수하면 뿌리 호흡 장애, 산소 부족, 생장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Ⅴ. 관수 자동화의 함정 – 센서 기반 시스템도 실수를 반복한다

스마트팜에서는 루트존 수분 센서를 활용하여 자동 관수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방식도 한계가 있다.

 

센서가 놓인 위치가 뿌리와 먼 경우 실제 수분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며, 수분값이 일정 이상일 경우에도 작물은 갈증 상태일 수 있다.

 

자동화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1. 수분 센서 복수 설치: 상단부, 하단부 각각 설치 후 평균값 사용
  2. 센서값과 실제 작물 상태 비교: 생장 속도, 잎세 강도, 기공 개방도
  3. 센서값 고정 또는 급변 시 자동 경고 시스템
  4. 작물별 생장 주기와 연동된 관수량 보정 로직 삽입

단순히 수치가 낮다고 물을 주고, 높다고 중지하면 오작동은 반복된다.

 

관수 자동화는 ‘센서 수치’가 아니라 ‘생리 조건’을 읽을 수 있어야 완성된다.

 

결론

정밀한 관수란 물을 얼마나 많이 주느냐가 아니라, 물의 흐름이 작물의 생리 흐름과 얼마나 정확히 맞닿아 있는가에 달려 있다.

 

스마트팜에서 자동화는 단순한 타이머나 수분 수치 기반의 기계적 반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물이 물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양만큼, 원하는 깊이까지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비로소 ‘생장이 멈추지 않는 농업’이 가능하다.

 

자동 관수는 기술이고, 정밀 관수는 설계다.

 

그리고 설계는 언제나 생장을 기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