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시대의 농업 혁신]

스마트팜, 농부, 그리고 철학: 기술을 다루는 태도에 대하여

ever-blog 2025. 4. 16. 14:46

스마트팜 기술은 농업의 구조를 바꾸었다. 환경 제어, 자동화, 센서 네트워크, AI 기반 알고리즘, 데이터 기반 판단 시스템까지, 이제 농업은 경험에서 분석으로, 감각에서 구조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 모든 기술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을 어떤 시선으로 다루고, 어떤 태도로 설계하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는 결국 농부의 철학에 달려 있다. 스마트팜은 단지 자동화된 농업 시스템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글에서는 스마트팜 시대의 농부란 누구인가, 기술은 도구인가 주체인가, 자동화된 환경 속에서 인간의 역할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기술을 다룰 때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다룬다. 이것은 기술 논의의 끝이 아니라, 기술을 넘어서는 사고의 출발점이다.

 

목록

  • 기술의 중심에 사람이 없다면, 기술은 작동해도 실패한다
  • 농부는 이제 ‘손’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 자동화 속 인간의 위치 – 설계하지 않으면 소외된다
  • 기술을 다루는 철학 – 효율이 아닌 생명 중심의 사고

스마트팜, 농부, 그리고 철학: 기술을 다루는 태도에 대하여

Ⅰ. 기술의 중심에 사람이 없다면, 기술은 작동해도 실패한다

스마트팜 시스템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을 제어하고, 작물의 생리를 감지하며, 효율적인 생산성을 구현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모든 판단 기준은 인간이 설정한다. 센서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 어떤 임계값을 기준으로 환기를 시작할 것인가, 관수의 시간은 몇 초가 적절한가—all of these are human choices. 시스템은 작동하지만, 그 기준을 설정한 인간의 철학에 따라 성공도 실패도 달라진다. 만약 작물보다 시스템의 연산이 우선되고, 사람의 해석 없이 기계적 판단이 계속된다면, 농장은 잘 작동하면서 동시에 실패할 수 있다. 데이터는 흐르지만 품질은 나빠지고, 자동화는 유지되지만 수익은 감소한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태도의 문제다. 사람 없는 기술은 가능하지만, 철학 없는 기술은 지속되지 않는다.

 

Ⅱ. 농부는 이제 ‘손’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기계화 이전의 농부는 손과 몸으로 땅을 만졌다. 비닐하우스 이후의 농부는 기온을 읽고 물을 조절했다. 스마트팜 이후의 농부는 알고리즘과 센서, 데이터를 통해 환경을 구조화하고 판단을 설계하는 존재로 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단순히 노동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형태를 바꾸는 기술이다. 이제 농부는 물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물 주는 조건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CO₂ 주입이 과도하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보광 시간이 길면 열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며, 생장 패턴의 정체가 나타나는 구간을 센서 데이터에서 감지하고 조치를 설계한다. 즉 농부는 농장을 운영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판단을 구조화하는 설계자로 역할이 전환되었고, 이는 기술이 아닌 사고방식의 진화에서 비롯된 변화다.

 

Ⅲ. 자동화 속 인간의 위치 – 설계하지 않으면 소외된다

스마트팜 시스템이 너무 잘 작동할 때, 인간은 종종 그 시스템의 외부로 밀려나게 된다. 자동 관수, 자동 보광, 자동 환기, 자동 병해 감지—all of it can run without manual intervention.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자동화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설계했는 가다. 시스템이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간이 설계한 조건대로 반복될 뿐이다. 그러나 만약 농부가 이 설계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판단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개입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부터 농부는 기계의 외곽에 있는 수동 감시자가 된다. 기술은 농부를 도와주는 도구가 아니라, 농부가 통제해야 할 시스템이다. 기술을 주도하지 않으면 기술에 의해 외면당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외면하는 인간이 스스로 소외되는 것이다.

 

Ⅳ. 기술을 다루는 철학 – 효율이 아닌 생명 중심의 사고

스마트팜은 시스템이지만, 농업은 여전히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지나치게 시스템 중심적 사고에 매몰되면, 효율은 높아져도 작물은 ‘데이터상의 존재’로 축소된다. 예를 들어 생장률이 90%를 유지해도, 그 안에 포함된 품질, 조직 밀도, 색감, 기형 발생률 등은 수치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기술 중심 사고는 ‘작동’과 ‘계산’에는 유리하지만, ‘감각’과 ‘관찰’에는 무력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팜 운영자는 효율을 기준으로만 농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복잡성, 생장 리듬, 생태적 변화에 대한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이 감각은 철학이며,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기본 태도다. 모든 판단의 기준이 효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을 다루는 기술은 정확성보다 감각, 자동화보다 관찰, 수치보다 해석이 필요하다.

 

결론

스마트팜은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판단의 구조를 재정의하는 시스템이다. 자동화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고도화하는 계기이며, 그 기술을 어떤 태도로 다루는지가 운영의 성패를 가른다. 농부는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판단의 흐름을 설계하는 철학자여야 한다. 스마트팜의 성공은 센서의 정밀도나 시스템의 자동화율에 있지 않다. 성공은 결국, 그 기술을 어떤 태도와 감각으로 다루는 사람에게 귀속된다. 기술은 도구이고, 철학은 방향이다. 방향 없는 기술은 정교한 미로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