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시대의 농업 혁신]

스마트팜 + AI + 인간의 협업 구조: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가?

ever-blog 2025. 4. 16. 13:32

스마트팜 기술이 발전하면서 센서 기반의 제어를 넘어, AI가 작물 상태를 분석하고, 생장 패턴을 예측하며, 자동으로 제어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 속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등장한다. 만약 시스템이 판단하고 실행까지 담당한다면, 농업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시스템의 자동화는 농부의 노동을 줄이지만, 의사결정 권한까지 AI가 맡게 되는 순간, 책임과 결과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이 글에서는 스마트팜 시스템에서 인간과 AI가 어떻게 판단을 나눠야 하는지, 자동화된 구조 안에서 인간이 반드시 유지해야 할 ‘결정의 영역’은 무엇인지, AI의 한계를 어디에 설정하고 인간의 개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스마트팜은 단지 기계가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결정 구조’를 설계하는 농업의 재정의 과정이며, 인간은 이 구조에서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분석한다.

 

목차

  • 판단권의 구조 – 실행과 결정은 다른 문제다
  • 협업이 아닌 위임일 때 발생하는 문제 – ‘맡기면 끝’은 착각이다
  • 협업 구조의 설계 – 결정의 경계와 책임의 위치 설정하기
  • 스마트팜의 진짜 미래 – ‘기술’이 아닌 ‘구조’를 설계하는 인간

스마트팜 + AI + 인간의 협업 구조: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가?

Ⅰ. 판단권의 구조 – 실행과 결정은 다른 문제다

스마트팜에서 자주 혼동되는 개념 중 하나는 ‘실행’과 ‘결정’이다. 자동 관수 시스템이 물을 주는 것은 실행이며, 어떤 조건에서 물을 줘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결정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팜은 정해진 조건에 따라 실행하는 구조이며, 이 조건은 사람이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AI가 도입되면서, 점차 판단 구조에도 개입이 시작되고 있다. 머신러닝 기반 제어 시스템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 조건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자동으로 명령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이 ‘옳은가’에 대한 검증은 여전히 인간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만약 AI가 실시간 기온 데이터와 일사량 예측을 기반으로 보광을 중단했는데, 실제로 작물이 광스트레스를 받아 수확률이 저하됐다면, 시스템은 기능상 정상 작동했더라도 결과는 실패일 수 있다. 즉, AI가 판단하더라도, 최종 결정과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스마트팜에서는 실행은 자동화하되, 판단의 기준 설정과 예외 대응 조건은 인간이 설계하고 유지해야 한다.

 

Ⅱ. 협업이 아닌 위임일 때 발생하는 문제 – ‘맡기면 끝’은 착각이다

AI와 인간의 관계를 ‘협업’이 아니라 ‘위임’으로 이해할 경우, 스마트팜 시스템은 위험해진다. 예를 들어 "AI가 알아서 한다"는 접근은 판단 권한 전체를 시스템에 위임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오류가 발생해도 사용자는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기후 이상, 병해 돌발 발생, 외부 센서 고장 같은 예외 상황에서는 인간의 직관과 판단이 반드시 개입되어야 한다. AI는 패턴 인식과 예측에는 강하지만, 인과 관계에 대한 판단이나 미처 학습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대해서는 무력하다. 또한 AI가 생성한 판단 로직이 ‘왜 그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경우, 사람은 그 결정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이른바 설명 가능성의 부재(Explainability Gap) 문제이며, 이 문제가 존재하는 한 AI는 최종 결정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스마트팜은 AI를 도구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농장 전체의 운영 전략과 판단 체계는 인간이 주도해야 한다.

 

Ⅲ. 협업 구조의 설계 – 결정의 경계와 책임의 위치 설정하기

스마트팜 시스템에서 인간과 AI가 효과적으로 협업하기 위해서는 결정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판단을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는 것이다: (1) 단순 반복형 판단(예: 온도 28도 이상일 때 환기) → AI에게 위임 가능, (2) 복합 조건 판단(예: CO₂ 농도, 습도, 광량, 작물 생장 단계에 따른 관수 타이밍) → 인간이 조건을 정의하고, AI가 실행 시점 결정, (3) 비정형 상황 판단(예: 병해 의심, 작물 스트레스, 장비 고장) → 인간 개입 필수. 이러한 구조는 ‘자동화의 단계’를 시스템 설계 초기에 설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며, 각 판단 항목에 대해 ‘AI가 제안하되 인간이 승인하는’ 피드백 구조를 적용할 수도 있다. 또한 인간이 AI의 판단을 거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수동 개입권(Control Override)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이 설계는 AI의 효율성과 인간의 해석력 사이의 균형을 확보하며, 책임 소재의 명확성을 담보한다.

 

Ⅳ. 스마트팜의 진짜 미래 – ‘기술’이 아닌 ‘구조’를 설계하는 인간

결국 스마트팜은 기술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판단이 구조화된 시스템이다. 그 판단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하고, 어떤 조건에서 누구에게 책임을 부여할 것인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AI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모든 판단이 수치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작물의 미묘한 반응, 계절적 특성, 지역적 변수, 시장 흐름 등은 여전히 인간의 직관과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다. 스마트팜의 진짜 미래는 AI가 모든 걸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고하고 설계한 구조 안에서 AI가 효율을 높이고, 인간은 더 높은 수준의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리하는 데 있다. 이 구조가 설계되지 않으면, AI는 작동하지만 운영자는 이해하지 못하고, 시스템은 멈추지 않지만 실패하게 된다. 그러므로 스마트팜의 궁극적 형태는 ‘무인 자동화’가 아니라, 역할이 분명히 구분된 협업 구조이며, 기술의 진화는 판단의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결론

스마트팜에서 AI의 도입은 농업의 자동화를 넘어, 판단의 구조를 재편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하지만 이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넘겨서는 안 되는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기술을 사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의 사용 조건을 설계하는 존재이며, 스마트팜은 이 설계가 농업의 핵심 역량이 되는 구조다. 판단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나누는 것이 진짜 협업이다.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드는 일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스마트한 농업’의 본질이다.